2012년 1월 12일 목요일

소설가 최인호 암 투병기(2)


소설가 최인호 씨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주보'에 올린 암 투병기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우린 왜 고통의 끝에 가서야 이러한 고백을 할까?? 인간은 참 교만한 존재인 것 같다..

*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 
                                                         from 서울대교구 '서울주보' 2012년 1월8일 최인호 씀


2009년 10월, 암이 재발하여 본격적인 항암요법이 시작된 후 일주일만에 제1차 치료가 끝났을 때 제체중은 5kg이 줄어 있었습니다. 밥은 물론 물도 한 모금 삼키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다시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으며 주치의에게 선언하였습니다.
“때려죽여도 다시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소.”

병상에 누워있을때 제 머릿속에 줄곧 떠오르던 것은 성 바오로의 충고였습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 든지 감사하십시오.”(1데살 5,16)
그것은 모순의 진리였습니다. 고통으로 기도의 말조 차 떠올릴 수 없었으며, 기쁨은 커녕 감사의 마음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주님께서는 십자가를 향해 ‘자, 일어나 가자!’라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지기 직전에 이렇게 유언하 고 계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요한 14,27)

그러나 저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기뻐할 수가 없었으며,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주님이 주는 평화를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믿는그리스도는 지키지도 못할 율법을 강제적으로 강요하는 사이비교주란 말입니까. 저는 육신의 고통보다도, 천지창조이전부터 사랑해 오신 하느님과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그리스도와 진리의 성령을 믿는 가톨릭인으로서 도저히 그리스도의 평화를, 그 기쁨을 느낄 수없다는 자신에 대해 절망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적지도 사제이신 곽신부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떼를 썼습니다.
“신부님, 저는 항암치료를 포기할 것입니다.”

며칠후 저는 우연히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는 주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주님은 베드로와 다른 두 제자만을 데리고 겟세마니 동산으로 올라가 근심과 번민에 싸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나와 같이 깨어있어라.”(마태26,38)

아아, 그때 느낀 마음의 위로는 얼마나 강렬했던지요.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신 주님도 ‘근심’과 ‘번민’에 싸여 괴로워 죽을 지경이라고 고통을 호소하였는데, 그렇다면 저의 고통과 두려움은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요.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제자들에게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있을 수없단 말이냐?’ 라고 한탄하신걸 보면 아아, 주님도 얼마나 고독하셨던가요. 그래, 주님과 더불어 한 시간만이라도 깨어있자. 내 고통은 주님과 함께 깨어있는 영혼의 불침번과 같은 것이니, 다시 시작하자. 항암치료의 자명종을 통하여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시는 주님과 함께 깨어 있자.

바로 그 무렵 저는 예수의 성 데레사가 쓴 「완덕의 길」 이라는 책속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고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정말 필요한 것이면 보아줄 사람이 얼마든지 있으니,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스스로 걱정하지 마십시오.몸 걱정,죽는 걱정을 단번에 끊어버릴 결심이 없으면 평생 아무일도 못할 것입니다.그런 것을 무서워하지 말고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십시오. 무엇이든 올테면 오라지요. 죽은들 어떻습니까. 몸뚱이가 우리를 조롱한 것이 몇번인데,우린들 한두번쯤 그놈을 조롱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꼭 믿어주십시오. 이러한 결심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것이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주님의 도우심을 입어 몇번이고 이와 같이 해나가다보면 어느덧 우리는 육체의‘지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지상의 모든 환자 여러분. 성 데레사의 말처럼 육체의 지배자가 되십시오. 주님은 전능하시기 때문에 육체의 원수를 정복하고 우리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성경 인용은 공동번역 성서입니다.)

소설가 최인호 암 투병기(1)


소설가 최인호 씨가 침샘암으로 투병 중에 있으면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주보'에 올린 암 투병기입니다. 보다고  공유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올립니다.
암 이라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희망과 기쁨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지금 이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from 서울대교구 '서울주보' 2012년 1월1일 최인호 씀

오랜만에 ‘말씀의 이삭’란을 통해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이미두차례에 걸쳐 매 주 여러분을 만났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썼던 것이 1999 년이니 벌써 13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저는 몸이 건강하여 불의의 교통사고로 짧게 병상에 누웠던 적은 있어도 병에 걸려 입원생활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병원은 저와 상관없는 별도의 공간이며 운이 나쁜 사람들이나 가는 격리된 수용소와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던 제가 어느새5년째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오늘은내차례, 내일은 네 차례’란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금언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된 요즈음입니다.

2008년 여름, 저는 드디어 ‘내 차례’를 맞아 암이라는 병을 선고받고 가톨릭 신자로서 앓고, 가톨릭 신자로서 절망하고, 가톨릭 신자로서 기도하고, 가톨릭 신자로서 희망을 갖는 혹독한 할례식을 치렀습니다.

저는 이할례식을 ‘고통의축제’라고 명명하였으며 앞으로 한달동안‘말씀의이삭’란을 통해 아직도 출구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고통의 피정기간동안 느꼈던 기쁨을 여러분에게 전하고 주보의 지붕위로 올라가 외치려고 합니다.

저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불어닥친 이 태풍은 다름 아닌 죄 때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바오로가 말한 올바른 마음가짐없이 빵을 먹거나 주님의 잔을 마시는 사람은 신성 모독의 죄를 범하는 것으로 ‘여러분 중에 몸이약한자와 병든자가 많고 죽은 자가 적지않은 것은 그 때문(1코린 11,30)’이라는 말씀을 떠올렸던 것 입니다.저에게 있어 암의 선고는 미국작가 N.호손이 쓴 간통한 죄로 ‘A’란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사는 여주인공의 낙인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병원복도에서 마주친 머리를 깎은 천사와 같은 어린환자의 눈빛을 보았을때 나는 남몰래 눈물을 흘리면서 절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주님, 저 아이는 누구의 죄때문에 아픈것 입니까. 자기의 죄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 그때 주님은 제 귓가에 속삭이셨습니다.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 탓도 아니다. 다만 저 아이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다.(요한 9,3)’ 그 순간 저는 비로소 죄의식에서 해방될 수있었으며병원 안에 있는 수 많은 환자들, 아아 지금 이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가정속에서 소중한 우리의 아빠, 엄마, 딸, 아들, 이제 갓태어난 아기들이 온갖병으로 스러지고,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은 모두 죄인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대로 하느님의 놀라운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독일의 시인 릴케는 「엄숙한 시간」에서 노래했습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 세상 속 에서까닭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는 것이다./(...)/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죽어가고 있다./세상속에서 까닭없이 죽어가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들이 이 순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까닭없이 울고 있는 사람의 눈물때문입니다. 우리들이 건강한 것은 어딘가에서 까닭없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 덕분입니다. 우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서 까닭없이 굶주리는 사람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세상 어딘가에서 울부짖고 있는 사람과 주리고 목마른 사람과 아픈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내가 울고, 내가 굶주리고, 내가 슬퍼하고, 내가 병으로 십자가를 지고 신음하면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은 바로 우리 곁에서 이렇게 위로하고 계십니다.
“슬퍼하지 마라. 기뻐하고 즐거워 하여라.하늘나라가 너의 것이다"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영화]챔프 - 꿈과 사랑의 감동 드라마..

*챔프

+드라마 | 한국 | 133분 | 개봉 2011.09.07
+감독 : 이환경
+출연 : 차태현(승호), 유오성(윤조교사),
             박하선(윤희), 김수정(예승)
+상세정보 


영화 <챔프>는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는 경마사상 최저가에 낙찰되었지만 마주와 조교사의 특화된 재활훈련과 보살핌으로 2004년 데뷔, 국내 유수의 경주에서 13회나 우승하고 몸값의 74배를 벌어들여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었다.

한때 최고였던 기수, 최고의 자질을 타고난 경주마. 사고로 달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 사고로 시력을 잃어가는 퇴물기수 승호는 운명처럼 같은 상처를 가진 경주마 우박이와 재회하고, 다시 한번 꿈의 레이스에 도전한다.

이 영화에서 감동을 주는 부분은 기수(승호)와 경주마(우박이)가 서로의 꿈을 위해 실명과 절름발이라는 서로의 장애를 극복해 가는 모습에 나 자신의 삶의 나약한 모습을 보게되고 힘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경주마(우박이)를 사랑하는 마음, 다치지 않게 하기위해 우승이라는 꿈을 잠시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하는 아름다운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우리가 살면서 개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지 않나 생각해 본다.
챔프는 나에게 사랑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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