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3일 월요일

[서평]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 취재 KBS일요스페셜팀 / 글 정혜원 / 거름 (2004)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에 도래로 최대의 청년실업사태, 고용불안 등 우리의 미래가 암담하다. 여기에 유한킴벌리의 '인간중심의 경영'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생산력을 향상시키고, 직원들에 대한 휴식과 재교육을 통한 직원의 경쟁력과 만족감을 극대화시킨 사례가 앞으로 기업과 직원들의 모델이자 희망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 예로 유한킴벌리의 조직도는 공장장인 제일 밑에, 직원들이 가장 위에 표시하여, 직원을 우선시 하는 회사방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96년 경제악화로 공장가동율이 급격히 떨어져, 위기의 순간, 문국현 사장은 '인간중심의 경영'을 선택하여 직원을 감원하는 대신 4조 교대제를 도입하여 여유인력을 예비조로 흡수 시키기로 했다.
이 4조2교대제는 직원들에게는 충분한 휴식(4일(12시간x4일)일하고, 4일 휴식)과 재교을 제공하고, 이러한 안정된 환경속에 회사에서는 30%이상의 생산효율 증대를 이룰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문국현 사장은 "평생교육을 통해 모든 근로자를 육체노동자에서 지식노동자로
만드는 일이다", ".... 저는 능 새로운 지식을 재충전하고 건강을 유지해 50세 정도에 이르면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고, 65세 전후에 은퇴하면 사회나 시대 상황에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최신의 지식과 건강한 몸을 가진, 그래서 항상 자기 자신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변화의 물경을 선도해 갈 수 있는 사람이 21세기 지식사회에 맞는 근로자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면서 직원에 대한 평생교육에 대해 강조하며, 실제 시행하여 많은 효과를 보았다.
 
유한킴벌리가 추구하는 기업문화는 '개인의 품성을 키우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기업풍토를 만든다.' 이다. 이러한 기업문화로 자연히 경영자와 직원 모두는 교육을 통한 지식,노하우의 공유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이로인한 이익은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공장의 제일 우선되는 원칙은 생산성이 아니라 모두가 한 가족이고 함께 자라는 공동체라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문국현 사장의 구조조정에 대해 "... 설비나 기계같은 고정자산을 줄이는 쪽이 훨씬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2003년 유한킴벌리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기업 6위에 선정되었고, 그 이유 세가지에 대해서  첫째 직원들의 만족도, 둘째 직원들의 경영진에 대한 신뢰, 셋째 회사의 사회공헌도로 꼽고 있다.

이 책에서의 신뢰경영은 윤리경영이라는 덕목과 일맥상통한다. 신뢰의 바탕에는 윤리적이고, 투명한 기업경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영이 유한킴벌리에서는 실제 실천되고 있고, 이러한 이유로 직원들과 경영진의 신뢰가 두터울 수 밖에 없다

또 하나의 경영 정책인 친환경경영에 대해 문 사장은 "기업이 환경을 도외시한 채 이익과 성장만 쫓는다면 병든 뿌리에서 과실을 얻기위해 헛된 노력을 쏟아 붓는 것과 같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과 정부가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쉽게 임기응변식으로 인력 구조조정하면서, 경제위기의 악순환을 만들어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유한킴벌리의 "인간중심의 경영", "신뢰경영", "친환경경영"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기본에 충실한 기업들을 통해 경제위기가 회복되고 그러한 기업들에서 모든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희망을 꿈꿔본다.

2012년 2월 12일 일요일

소설가 최인호의 암투병기(7)

소설가 최인호 씨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주보'에 올린 암 투병기 일곱번째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의 첫번째 기적이 어머니 마리아의 간곡한 청에 의한 것처럼, 삶에 있어 간절한 기도에 주님께서는 응답하심을 믿는 믿음을,,,

** 주님,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베풀어주소서.(1)
from 서울대교구 '서울주보' 2012년 2월 12일 최인호 씀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로 시작되는 「님의 침묵」에서 한용운은 노래하였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무엇이든 한 처음의 추억은 신새벽의 처녀성을 갖고 있습니다. 첫사랑, 첫눈, 첫날밤처럼 첫 키스의 추억이야말로 그대와 나, 우리의 인생에서 영혼의 부싯돌끼리 부딪쳐 일어나는 날카로운 섬광과 같은 것입니다.

주님은 수많은 기적을 베풀어주셨지만, 첫 번째 기적은 공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행하신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장면입니다. 혼인 잔치 도중에 성모님이 “포도주가 떨어졌다.”라고 말씀하시자 주님은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거절하십니다. 그러나 성모님이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이르시자 주님은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라 하시고 그것을 손님들에게 갖다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술맛을 본 사람이 신랑을 불러 “손님들이 취한 다음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 법인데, 이 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일이요!” 하고 감탄합니다.

얼핏 보면 죽은 사람을 살리고, 나병환자를 낫게 하고, 앉은뱅이를 걷게 하는 극적인 기적과는 달리 첫 번째 기적은 이처럼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음에도 어머님의 간청에 못 이겨 행하신 지극히 사소하고 사적인 마술처럼 보입니다.그러나 이 장면은 제게 엄청난 기적을 베풀어주신 주님의 놀라운 은총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습니다. 저번 주보에서 최고의 기도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음을 구하는 엿가락의 기도’라고 잘난 체하였지만 제가 숨겨둔 비장의 카드는 막무가내식 떼 기도입니다. 성모님께 묵주 기도를 드릴 때면 저는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창피도 없습니다.

누가 엄마에게 고상하게 매달립니까. 성모님은 주님과 달리 결혼도 하셨고, 아이를 낳으셨고, 산후 조리도 못 하고 이집트로 피난까지 가셨습니다. 가난한 목수의 아내로 고생하셨고, 열두 살 되던 해에는 무단가출한 문제아들 때문에 사흘이나 “줄곧 찾아 헤맸는데도”(루카2,46) 막상 찾아내어 “애야, 왜 이렇게 우리를 애태우느냐?”라고 한마디 하자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라는 불효막심한 대답까지 듣습니다. 남편이 일찍 죽어 과부가 되셨고, 십자가에 매달린 아드님이 입었던 “위에서 아래까지 혼솔 없이 통으로 짠”(요한 19,23)옷까지 길쌈하며 지켜봐야 했던 비극의 여인이셨습니다.

5년에 걸친 투병생활 중에 제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글을 쓸 수 없는 허기였습니다.
피어나지 않으면 꽃이 아니고, 노래 부르지 않으면 새가 아니듯, 글을 쓰지 않으면 저는 더는 작가가 아닙니다. 그러나 창작은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극한의 정신노동과 같은 것입니다. 항암치료로 지칠 대로 지친 육체와 황폐한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는 불가능한 희망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작가가 아니라 환자라는 것이 제일 슬펐습니다. 저는 작가로 죽고 싶지, 환자로 죽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성모님께 생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어머니, 엄마. 저 글 쓰게 해주세요. 앙앙앙앙, 아드님 예수께 인호가 글 좀 쓰게 해달라고 일러주세요. 엄마, 오마니! 때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드님은 오마니의 부탁을 거절하지는 못하실 것입니다. 앵앵앵앵, 오마니, 저를 포도주로 만들게 해주세요. 이 세상을 잔칫날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취하게 하는 좋은 포도주로 만들게 해주세요. 아드님이 말을 듣지 않으면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루카2,48) 하고 혼을 내세요. 아이고 엄마, 어무니, 으잉 으잉잉잉잉.” (계속)
(성경 인용은 공동번역입니다.)